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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리뷰

리뷰를 믿지마라 : 나폴리 중앙역 피자집 'Pizzeria Fortuna' 리뷰

by 찐으로 기록하는 블로그 2024. 11. 18.

나폴리 중앙역 인근에 위치한 리뷰가 많았던 동네 피자집 Pizzeria Fortuna 에 대해서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Pizzeria Fortuna의 마르게리타 피자
나폴리 Pizzeria Fortuna의 마르게리타 피자 - 이게 맞나,,

리뷰가 안내하는 곳으로

새벽 로마를 출발하여 나폴리를 지나 폼페이를 둘러보니 12시가 훌쩍 지났습니다. 로마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 오후 3시반까지 점심식사를 마쳐야 했으므로, 사철 Scavi를 타고 황급히 나폴리로 돌아갔습니다. 나폴리에 왔으니 맛있는 나폴리 피자를 꼭 먹어야 하지만, 여유 시간이 2시간 밖에 없어서 너무나 가고 싶었던 Pizzeria Starita는 꿈도 못꾸고, 나폴리의 다른 유명 피자집도 웨이팅이 걱정되어 가지 못하는 형편. 어쩔 수 없이 역 근처 피자집을 검색하여, 유난히 한국인의 리뷰가 많고 평점이 높은 피자집을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그곳이 'Pizzeria Fortuna' 되겠습니다. 위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글맵에 기록된 수 많은 긍정적 리뷰들,, Pizzeria Fortuna
구글맵에 기록된 수 많은 긍정적 리뷰들,,

나폴리 중앙역에서 도보 8분

구글맵을 검색하니, 피자집은 나폴리 중앙역을 나와 도보 8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 대로 2개를 넘어가야 하는 꽤 험난한 루트. 잘 아시겠지만 나폴리 중앙역 인근은 매우 엉망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역을 나오면 우리를 맞이하여 주는 짝퉁 팔이 흑형들을 포함하여, 나폴리 특산물인 쓰레기가 낭자하는 광경으로, 비로소 우리가 나폴리에 왔음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쓰레기가 뒹굴어 다니니 비둘기도 많고, 자기들이 무슨 비행단인것 처럼 집단으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위협적입니다. 가는 길은 횡단보도와 신호도 잘 되어 있지 않으니, 무단횡단은 거의 필수 스킬입니다.

한 10분쯤 걸어가니, 목적지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으나, 토요일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만석에 대기까지 있었습니다. 바로 먹지 못하는 짜증과 함께, 맛집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으나, 오전 내내 걸었던 가족들은 힘들어서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에 식당에 데려온 저는 안절부절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분을 넘게 기다려서야, 길가에 세팅된 테이블에 자리가 나서 겨우 착석하고 메뉴판을 받아 듭니다.

Pizzeria Fortuna에서 보이는 비둘기 기지
Pizzeria Fortuna에서 보이는 비둘기 기지(?)

이탈리안 메뉴판

메뉴판은 온통 이탈리아어 입니다. 뽀모도로 (토마토), 마르게리타, 루꼴라 같은 익숙한 단어 말고는 도통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무조건 시킬 마르게리타 말고는 뭘 시킬지 몰라서 점원을 호출합니다. 수염이 멋지고 잘생긴 중년의 서버가 등장하셨는데,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들으십니다. 당연히 한국어도 못하시지요,,

이것저것 추천을 해주시는데, 한국인들이 매운 걸 많이 찾는지 매운 제스쳐와 함께 'diavola'를 추천하시더라구요. 우리집 어린이는 매운 걸 잘 못 먹으니 패스하고, 다른 걸 시키려고 하는데, 손짓 발짓을 해도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대충 느낌으로 찍어서 피자 세 판을 시켰습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마르게리타' '이탈리아' '페스토' 피자 세가지 였습니다.

Pizzeria Fortuna 메뉴판Pizzeria Fortuna 메뉴판
Pizzeria Fortuna 메뉴판

피자의 등장

마르게리타 피자

기대하던 마르게리타 피자의 등장,, 그런데 바질 잎사귀가 없는 토마토와 모짜렐라만 올라간 피자가 나왔습니다. 이게 맞나 싶고,, 비주얼부터 실망,, 피자는 따로 잘려 있지 않아서 나이프로 자르는데, 피자와 토마토 소스가 완전 분리되어서 물처럼 도우 위를 둥둥 떠다닙니다.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 치즈가 딱 봐도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맛은 뭐,, 배고프니까 그냥저냥 먹었지만, 나폴리까지 이 정도 밖에 안되는 피자를 먹으러 왔다고 생각하니 속으로 천불이 나더라구요. 가족들이 있는 관계로 맛있는 척 참고 먹었습니다. 가격은 6유로.

Pizzeria Fortuna 피자 3종 세트
Pizzeria Fortuna의 피자들

페스토 (pesto) 피자

페스토가 뭔가 했더니, 바질 페스토였습니다. 피자도우에 토마토 소스 대신 바질 페이스트를 바르고,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와 방울 토마토가 올라간 피자입니다.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유럽인지라 좀 짭니다. 평소라면 맛있게 먹을 수 었었겠지만 마르게리타의 비주얼과 맛에 대한 쇼크로 인해, 맛에 대한 평가가 자꾸 가혹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가격 대비 추천을 못하겠네요. 10유로.

Pizzeria Fortuna 페스토 피자
Pizzeria Fortuna 페스토 피자

이탈리아 (Italia) 피자

피자 도우에 얇게 썬 햄과 루꼴라 잎사귀가 올라간, 일종의 샐러드 피자였습니다. 피자 위에는 파르마 산 치즈가루만 뿌려져 있고, 치즈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9유로. 햄이 짭짤해서 피자도우와 간이 적절해서 가장 먹을만 했습니다.

Pizzeria Fortuna 이탈리아 피자
Pizzeria Fortuna 이탈리아 피자

맥주와 음료, 그리고 자릿세

피자에 맥주가 빠질 수 없죠. 피맥! 이탈리아 맥주인 페로니 Peroni Nastro Azzurro draft를 시켜줍니다. 400ml에 5유로. 이탈리아는 ml (mililiter) 가 아닌 cl (centiliter) 라는 단위를 쓰네요. 400ml = 40 cl. 시원하니 좋습니다. 잡미가 없이 깔끔한 맛. 노즐 관리를 잘하시나 봅니다. 우리집 어린이를 위한 음료도 시켜줍니다. 스프라이트 2.5유로.

마르게리타 6유로, 페스토 10유로, 이탈리아 피자 9유로, 맥주 5유로에, 스프라이트 2.5유로입니다. 여기에 인당 자릿세 1.5유로로, 3명에서 4.5유로 해서 총 37유로 나왔습니다. 유럽 물가 대비 3명이서 식사한 것 치고는 싸게 먹은 편이지만, 만족도는 글쎄올시다,,

Pizzeria Fortuna - Azzurro Peroni
Pizzeria Fortuna - Azzurro Peroni 생맥주 400ml

리뷰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식사를 하는 와중에, 리뷰 탓인지 한국인과 중국인들 손님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매장 안에서는 한국인 3커플이 식사를 했었고, 야외의 바로 옆 테이블에는 중국인 커플이 있더군요. 아마도 리뷰가 좋은 탓에 유입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과적으로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과연 리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집단 지성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의견은 대체로 틀린 적이 없고, 특히나 음식점 리뷰에 있어서는 리뷰 좋은 집에 갔을 때 크게 실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한방 맞았습니다. 물론 당일 음식점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생각한 바와 너무 달라 실망했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차라리 한국에서 먹었던 피자가 더 맛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시간이 상당히 지난 지금에도 그 음식점에는 좋은 리뷰만 달리고 있네요. 음식점 사장님께서 한국인 알바를 쓰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 얘기를 검증해 보시기 위해서 이 음식점을 가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다시 나폴리에 간다면 전통의 나폴리 3대 피자집이나 조금 멀어도 '스타리타'를 가겠습니다.

마치며

어제 보정동 카레거리의 '이태리옥'에 갔다가, 나폴리에서 먹었던 엉망이었던 피자가 생각나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물론 싸게 먹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집도 어느 정도 가치가 있겠지만, 한 번 가보기도 힘든 곳인데,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혹시 나폴리에 가신다면 꼭 고고학 박물관 근처의 'Pizzeria Starita'를 방문하시는 것을 강추드리겠습니다. 다음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폴리에 다시 간다면 반드시 스타리타에 들르겠습니다. 그것에 대한 오늘의 그리움은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오블완!

Pizzeria StartiaPizzeria Starita의 마르게리타
2014년에 방문했던 Pizzeria Startia의 마르게리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