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성수기에 딸 아이와 유명 현지업체 바티칸 투어를 하고 난 후기를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상세한 투어에 대한 내용 보다는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돈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10년 만에 다시 이탈리아, 바티칸
30대 초반에 와이프와 떠났던 이탈리아를, 신규 멤버를 충원하여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뭐든 신기하기만 했던 젊은 날의 모습과 달리, 출국도 신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봐도 무덤덤해져 버린 저 이지만, 딸 아이에게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10월 초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과 한글날 징검다리로 만들어진 절호의 찬스에, 조금 무리해서 이탈리아로 날아 왔고, 이탈리아 건축과 미술의 정수인 바티칸 박물관을 당연히 일정에 넣었습니다.
이거 너무 비싼데
미술에 까막눈이기 때문에, 당연스럽게 전문 가이드를 동반한 바티칸 투어를 생각하고 예약을 알아봅니다. 10년전에도 몸을 의탁했던 유럽투어 유명 업체의 바티칸 투어를 검색하였습니다.
10년 전에 경험했던 것과는 달리, 2024년의 여행 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예전 바티칸 투어는 모두들 성벽에서 줄을 서서, 차례로 티켓팅하는 것을 기다리며 가이드 설명을 듣곤 했었는데, 이제는 '패스트 트랙'이라면서 시간대별로 예약입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더라구요. 바뀐 것은 예약 시스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입장권과 가이드 비용도 만만치 않게 올랐더라구요.
2014년에 떠났을 때의 가이드 비용은 서울에서 사전에 입금하는 인당 4만원 뿐이었는데, 지금은 예약금 2만원에, 현지 지불 30유로??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패스트트랙 입장권이라며 성인 1인당 48유로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을 사전에 입금해야 예약이 완료됩니다. 환율 1,500원 적용하면 성인 1인당 비용은 가이드 비용을 포함하여 137,000원 정도가 됩니다. (비용상세 : 예약금 2만원, 현재 지불 30유로, 입장권 48유로 : 한국에서 사전 지불해야 예약 완료)
10년 전의 비용인 현지 입장권 18유로에 가이드 비용 4만원하면 약 67,000원 밖에 안되었는데, 이제는 10년 전의 거의 2배가 된 셈입니다. 과연 가이드 투어가 이 정도 가치가 있을까 생각하여 다른 방법을 고민합니다.
바티칸 공홈에서 입장권 구입 시도
출발 15일 전 바티칸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방문하려고 했던 9월 30일의 티켓을 조회해봅니다. 아침 8시 시간에, 서비스 비용 5유로를 포함해서 인당 25유로로 예약이 가능하더군요! 가이드 설명이고 나발이고 돈 아끼고 그냥 설명없이 미술품만 감상하자며, 예약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결제 직전에 나온 '취소 및 환불불가' 문구에서 멈칫,,
아직 일정을 확실하게 짜지 않아서 발권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에이 그냥 저녁에 하자 하고 잠깐 미뤘는데, 그날 저녁에 다시 접속을 하니 SOLD OUT,, OMG,, 매진되었습니다. 가려고 했던 앞 뒤 일자 전체를 다 흩어 보아도, 10월에는 전체 매진입니다.
운이 좋아서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굴러들어온 복을 그냥 발로 차버린 격, 인터넷에 예약 후기를 보니 원하는 시간을 잡으려면 2달 전에는 예약을 해 놔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더군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싸더라도 현지 가이드 투어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친절한 설명,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코스
우리 팀은 13명 정도로 구성되었는데, 저희 딸아이를 포함하여 초등학생이 두 명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끼어 있다보니, 가이드님도 최대한 쉬운말로 초등학생도 잘 배려해주시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코스는 10년전에 갔던 코스와 유사했지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투어 중간에 '솔방울 정원'이라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최후의 심판'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는데, 이번 투어에서는 '피나코테카'라고 하는 회화관 투어를 마친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사람들이 안가는 전시실 한켠에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생각 보다 설명 시간이 길이서, 설명을 마치고 토르소와 라오콘이 있는 조각 전시장으로 향했을 때는 한산했던 바티칸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더군요. 그 덕에 가이드와 일행을 한 번 잃어 버리기도 하고,, 지도의 방에서는 사람들로 인해 거의 휩쓸려서 지나갔죠.
시스티나 소성당과 사진촬영
10년 전에 분명히 보고 들었던 내용인데, 눈에는 익숙하지만 설명은 너무나 새롭습니다. 분명히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새 다 잊어버렸나 봅니다. 나중에 바티칸을 다시 온다면, 이번에 다시 들었던 설명들도 다시 새로워질 것 같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테네 학당이 있는 라파엘로의 방까지 구경하면, 바티칸 투어의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시스티나 소성당으로 향합니다. 10년 전의 가이드님은 절대 사진을 찍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었는데, 이번에는 왜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혹 예전에도 들었을지도,,)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복원 시에 일본과 협업을 했는데, 이후 몇 년동안 천장화에 대한 판권을 일본 방송국 NHK가 독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 이것이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이유라고 합니다.
10년전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바로 퇴장당하기 때문에 절대 찍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사람들이 셀카 찍는척 하면서 여기 저기서 막 사진을 찍어 대는게 아닙니까!! 하도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길래, 저도 한번 찍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보기좋게 딱 걸렸습니다.
제가 DSLR 카메라를 메고 있어서 그랬는지, 눈에 띄어서 주시를 하고 계셨는지는 모르겠는데, NO PHOTO!! 하면서 다가오시면서 막 승질을 내시더라구요. 하지만 사진을 지우라고는 안하시는 바티칸 직원분,,, 여튼 덕분에 폰카로 막 찍은 사진 몇 장을 건저 올렸습니다.
프로불편러의 바티칸 투어 불편사항 토로
사실 투어 자체는 매우 좋았습니다. 사람이 많았지만, 사전 예약입장 덕분에 일찍 들어갈 수 있었고 오후 1시 즈음에 투어도 마무리되어 체력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바로 티켓가격과 가이드 비용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티켓 값에 대한 것입니다. 가이드 업체에서 안내하여 주시는 성인 기준 입장권은 48유로. 이 48유로는 입장권 43유로에 수신기 대여료 3유로, 성베드로 대성당 통로 이용료 2유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입장 시 나눠주셨던 티켓을 보면, 입장권 어디에도 수신기 대여료와 통로 이용에 대한 내용은 1도 없습니다. 그리고 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나눠주신 티켓의 성인 1인에 대한 비용 은 총 25유로로 되어 있더군요. 입장권 20유로에 서비스 비용 5유로를 포함해서 말이죠. 참고로 바티칸 공홈에서 사전예약 입장권 가격은 25유로이고, 가이드 투어는 40유로입니다. (영어 등, 한국어는 없음)
이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가설1. 실제 입장료는 25유로 밖에 안되는데, 나머지 비용은 가이드 비용과 가이드사 이익으로 충당되었다.
가설2. 25유로는 바티칸에 지불하는 비용이고, 나머지는 예약을 대행하는 GET YOUR GUIDE에 지불한 수수료와 가이드 사의 예약 대행 수수료이다.
정말 티켓 가격이 48유로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돈을 티켓 구매에 사용하신다면 왜 현장에서 안 받고, 사전에 한국계좌로 입금을 받으시는건가요? 취소가 문제라면 취소를 대비해서 예약금을 좀 더 올려서 티켓 값을 확보하고, 가이드 비용만 현장에서 받으시면 안되는걸까요? 현장에서는 왜 유로로 현금을 또 받으시는걸까요.
진짜로 48유로만큼 바티칸 티켓값으로 지불했다면 관계가 없겠지만, 티켓값이라는 명목으로 가이드 비용을 충당한 것 처럼 밖에 안보이니,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 입니다. 왠지 현장에서 지불하는 30유로가 실제 티켓값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한국에서 선 입금 받은 티켓 비용을 다시 이탈리아 현지로 송금한다??? 송금 수수료도 문제이고 회사 장부상으로도 문제가 될텐데,,)
투어객을 대신해 티켓 구매를 대행하셨다면 정산도 확실하게 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혹 티켓 판매 대행사에 웃돈을 주고 사셨다면, 정확한 티켓 가격과 대행사 발급 수수료, 그리고 가이드 사에서 받아가시는 수수료 등도 정확하게 알려주시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두루뭉실하게 근거 없어 보이는 가격을 제시하시니, 저는 그냥 가이드 사에서 추가 수익을 올리는 부분처럼 밖에 보이지가 안습니다. 아님 배부해 주시는 티켓에 48유로라고 씌여 있었다면 첨부터 군소리를 못하겠지요.
실제로 가이드비 명목으로 받아가시는 비용은 국내 예약비 및 현지 지불 30유로를 계산하면 65,000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투어는 65,000원의 가치는 충분히 있고, 비용을 더 주고도 할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혹 이런 식으로 비용을 충당하셨다면, 이 부분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전문가 투어 덕분에 좋은 바티칸 투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민감한 돈 문제(?)로 뒷맛이 깔끔하지 않있습니다. 어찌 10년 전과 동일한 비용으로 같은 서비스를 원하겠습니까, 하루가 갈 수록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이런 시대에 말입니다.
하지만 장사는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을 올리면 사람들이 가격 부담으로 예약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이래저래 어차피 내야 하는 돈이라면, 합당한 이유로 청구하고 지불하는 것이 돈을 내는사람과 받는사람 모두 기분이 좋을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 혹 관계자분이 보시고,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주신 내용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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